괜찮은 척하느라 지쳤을 때, 솔직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 (시편 34:18)
“잘 지내?”라는 말에 습관처럼 “응, 괜찮아”라고 대답할 때가 있습니다. 굳이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평소처럼 웃으며 넘어갑니다. 그런데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그 짧은 대답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집니다.
해야 할 일은 계속되고, 사람들과도 평소처럼 지내지만 마음속에서는 여러 생각이 쌓여 갑니다.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까지 하루의 일이 되어 버리면 쉬는 순간에도 마음을 제대로 내려놓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괜찮은 척하느라 지친 마음을 하나님께 솔직히 말씀드리려 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아직 몰라도 괜찮습니다. 지금 제 안에 있는 마음부터 조용히 꺼내 놓으며 기도합니다.
마음이 상한 사람 가까이에 계시는 하나님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에게 가까이 하시고 중심에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 — 시편 34:18 (개역한글)
괜찮다는 말 뒤에 숨겨 둔 마음
힘든 일을 겪어도 드러내지 않는 데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습니다. 가족에게 걱정을 더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직장에서는 늘 침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한번 털어놓았다가 가볍게 넘겨지는 말을 들은 뒤로는 입을 여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설명을 시작하면 마음이 더 복잡해질까 봐 그냥 웃는 편을 택할 때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속마음을 전부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거리와 시간이 있습니다. 다만 누구 앞에서도 힘들다고 말할 수 없다고 느끼는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다른 사람의 따뜻한 관심조차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워집니다. “요즘 좋아 보인다”는 말에 고맙게 웃으면서도, 정작 내 마음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 쓸쓸할 수 있습니다.
시편 34편 18절은 이런 마음을 감추고 완벽하게 정리한 뒤에 하나님을 찾아오라고 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상한 사람 가까이에 계신다는 말씀은, 잘 버틴 모습뿐 아니라 감추어 둔 속마음도 하나님 앞에 가져갈 수 있다는 믿음의 이유가 됩니다. 오늘 기도의 시작은 괜찮다는 대답이 아니라 지금 느끼는 그대로의 고백입니다.

괜찮은 척하느라 지쳤을 때 드리는 기도
하나님, 오늘은 잘 지내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던 마음을 그대로 들고 왔습니다. 누가 물으면 괜찮다고 말하고,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아무 일 없는 듯 움직였습니다. 웃어야 할 자리에서는 웃었고, 부탁받은 일도 웬만하면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마음이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 살펴볼 시간은 자꾸 뒤로 밀렸습니다.
사실은 많이 지쳤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일을 떠올리면 한숨이 나오고, 작은 말에도 평소보다 예민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는 날도 있습니다. 특별히 큰일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마음이 무겁고, 별일 없다고 답하면서도 속으로는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랐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래 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제 몫은 알아서 해내고, 힘들어도 표정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 배려라고 믿었습니다. 물론 누군가를 생각해서 말을 아낀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도움을 청하는 일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힘들다고 말하면 제가 지금껏 해 온 노력까지 부족하게 보일까 봐 두려웠습니다.
하나님, 그런 마음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제가 사람들의 기대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자꾸만 제 마음을 뒷전으로 두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제 사정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계산하다 보니 정작 제 자신에게는 괜찮은지 묻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그 버릇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싶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말을 예쁘게 고르지 않아도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한 일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마음이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도와주세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마음이 함께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해 주세요. 지금 제가 느끼는 감정이 모두 정답인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감춰야 할 것도 아니라는 것을 배웁니다.
오늘 필요한 힘을 구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버틸 힘만이 아니라, 제 상태를 알아차리고 솔직하게 인정할 힘을 주세요. 쉬어야 할 때는 핑계를 찾지 않고 잠시 멈출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할 때는 괜한 자존심 때문에 거절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세요. 할 수 있는 일과 지금은 어려운 일을 차분히 구분할 지혜도 필요합니다.
누군가 “괜찮아?”라고 물었을 때 반드시 긴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믿을 만한 사람에게는 “요즘 좀 힘들어”라고 말할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말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탓하지 않게 해 주세요. 상대방이 바로 이해하지 못해도 너무 쉽게 마음을 닫지 않고, 제 말을 소중하게 들어 줄 사람을 분별하도록 도와주세요.
다른 사람의 반응까지 제가 책임질 수는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진심을 전했는데 기대했던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말한 일을 후회하며 다시 모든 마음을 숨기지 않게 붙들어 주세요. 제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바로 곁에 없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도움을 구할 길을 찾을 수 있게 해 주세요.
괜찮아 보이는 모습으로만 인정받으려는 마음도 내려놓습니다. 일을 잘 마무리한 날이든 실수가 있었던 날이든, 남을 웃게 해 준 날이든 별말 없이 지나간 날이든, 제 가치가 그날의 성과와 표정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늘 침착해야 한다는 부담을 조금 덜고, 실망하거나 속상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제 자신을 대하고 싶습니다.
아직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오래전 들었던 말이 여전히 서운할 때도 있고, 가까운 사람과 풀지 못한 오해가 마음에 남아 있기도 합니다. 어떤 일은 제가 먼저 사과해야 하고, 어떤 일은 용기를 내어 마음을 전해야 할지 모릅니다.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조급해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나씩 보게 하시고, 필요한 때에 차분히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세요.
혼자 있는 밤에는 낮에 했던 말을 자꾸 돌아보게 됩니다. 혹시 표정이 어두워 보였을까, 내가 한숨 쉰 것을 누가 눈치챘을까, 괜히 말을 꺼내 분위기를 망친 것은 아닐까 생각하다가 쉬지도 못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만큼은 제 마음을 감시하지 않고 편안하게 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일이 되면 다시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릴 것입니다. 갑자기 모든 사정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제 마음을 무시하며 하루를 시작하지는 않겠습니다. 바쁘더라도 잠깐 숨을 고르고, 괜찮지 않은 순간에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필요하면 작은 부탁 하나를 건네고 싶습니다. 그런 변화가 느리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제 마음속에 쌓인 피로와 말하지 못한 걱정을 하나님께 맡깁니다. 왜 이렇게 힘든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함께 맡깁니다. 제가 감춘 마음까지 알고 계시며 상한 마음 가까이에 계신다는 말씀을 기억하겠습니다. 오늘 제가 해야 할 일은 더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의지하며 다음 걸음을 내딛는 것임을 배우게 해 주세요.
오늘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으로
기도를 마쳤다고 해서 당장 모든 문제가 정리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여전히 누구에게 어느 만큼 이야기할지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님 앞에서는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마음을 솔직히 인정했다면 그것으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말하지 못한 마음까지 아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더는 혼자 잘 버티는 모습만 보여 드리려 애쓰지 않고, 필요한 도움을 구하며 하루를 살아가겠습니다. 지친 마음으로 드린 이 기도를 하나님께 맡깁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