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가 마음을 닫고 대화를 피할 때 드리는 부모의 기도 (야고보서 1:19)
학교는 어땠는지 물었는데 “그냥요”라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말을 걸어도 대화는 금세 끊기고, 아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갑니다. 문이 닫힌 뒤에도 부모의 마음에는 질문이 여러 개 남습니다. 지금 말을 더 걸어야 할지, 잠시 기다려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춘기 자녀가 마음을 닫고 대화를 피할 때 드리는 기도를 찾고 계신다면, 말하지 않는 아이가 야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스러우실 것입니다. 예전처럼 사소한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마음이 앞설수록 부모의 말은 길어지고 아이의 대답은 짧아질 때가 있습니다.
야고보서 1장 19절은 먼저 잘 듣고 말과 분노는 천천히 하라고 권합니다. 이 말씀을 붙들고 아이의 마음을 억지로 열기보다, 듣는 부모의 마음부터 하나님께 맡기려 합니다.
오늘의 말씀: 야고보서 1:19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거니와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야고보서 1:19)

마음을 다그치지 않고 귀 기울이는 부모의 기도
하나님, 오늘도 아이의 방문 앞에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들어가도 되는지, 괜히 말을 걸었다가 또 서로 마음이 상하는 건 아닌지 생각이 많았습니다. 함께 살면서도 멀리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거리감이 두려울 때 제 마음을 주님 앞에 솔직히 내려놓습니다.
어릴 때는 작은 일 하나도 숨기지 않고 들려주던 아이였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 이야기를 신나게 늘어놓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지금은 그때의 모습을 그리워하다가, 눈앞에 있는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붙잡느라 오늘의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지 않게 해 주세요.
대답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저를 밀어낸다고 단정하지 않게 해 주세요. 지친 날에는 누구나 말이 줄어들 수 있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쉽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 주세요. 침묵을 모두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을 여유를 주시고, 아이가 말할 준비가 되기까지 기다릴 마음을 주세요.
솔직히 저는 걱정이 많습니다. 공부는 괜찮은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혹시 혼자 어려움을 견디는 건 아닌지 자꾸 묻고 싶어집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질문이 어느새 확인과 추궁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제 불안을 달래려고 아이에게 서둘러 대답을 요구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말씀처럼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게 해 주세요.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중간에 끼어들지 않게 하시고, 한마디를 듣고 결론부터 내리지 않게 해 주세요. 제 경험을 곧바로 정답처럼 내놓기보다, 아이가 느낀 일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시간을 남겨 두게 해 주세요.
아이와 대화하다 마음이 뜨거워질 때가 있습니다. 무심한 표정 하나에 서운함이 올라오고, 퉁명스러운 말투를 들으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그 순간을 지나고 나면 왜 그렇게 말했는지 후회합니다. 분노보다 사랑이 먼저 움직이도록 제 마음의 속도를 늦춰 주세요.
아이의 행동을 무조건 옳다고 여기게 해 달라는 기도는 아닙니다. 지켜야 할 약속과 서로 존중해야 할 선은 분명히 가르치고 싶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이기는 사람이 되기보다 믿을 수 있는 부모가 되기를 원합니다. 필요한 말은 차분하게 하고, 꾸짖더라도 아이의 인격을 낮추지 않게 해 주세요.
제 말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었던 날도 떠오릅니다. 비교하는 말을 하거나, 속상한 마음에 아이의 진심까지 함부로 판단했던 때가 있습니다. 잘못한 부분은 부모라는 이유로 넘어가지 않게 해 주세요. 사과할 때 변명부터 붙이지 않고, 제가 한 말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줄 용기를 주세요.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가 저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해 주세요. 좋아하는 음악도, 친구를 사귀는 방식도, 혼자 있고 싶은 시간도 제가 자라던 때와 다릅니다.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함부로 무시하지 않게 하시고, 다른 생각을 존중하면서 필요한 지혜를 나눌 수 있게 해 주세요.
함께 있는 시간이 꼭 진지한 상담처럼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여유를 주세요. 밥상에서 좋아하는 반찬을 건네는 일, 차 안에서 같은 노래를 듣는 일, 별말 없이 나란히 걷는 시간이 쌓여 관계를 지킬 수도 있음을 기억하게 해 주세요. 큰 대화 한 번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조급하게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아이의 방문이 닫혀 있어도 마음까지 닫혔다고 여기지 않게 해 주세요. 적절한 사생활은 존중하면서도 필요할 때 언제든 손을 내밀 수 있는 부모이고 싶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방법뿐 아니라, 물러서야 할 때와 다시 다가가야 할 때도 분별할 수 있도록 제게 지혜를 주세요.
우리 집의 분위기가 서로 눈치를 보는 곳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잘한 일이 있을 때만 편안한 집이 아니라, 지쳤을 때에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집이 되게 해 주세요. 아이가 속상한 일을 이야기하더라도 곧바로 혼나거나 평가받을 것부터 걱정하지 않도록, 제 표정과 말투를 돌아보게 해 주세요.
아이에게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면 혼자 오래 견디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 마음의 무게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믿을 만한 어른과 연결될 길을 열어 주세요. 저 또한 단순히 기다리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구하는 책임 있는 부모가 되게 해 주세요.
저도 완벽한 어른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님은 아십니다. 피곤한 날에는 너그럽지 못하고, 바쁜 시간에는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합니다. 하루를 마치고 나서야 더 좋은 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실수한 하루 때문에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내일 다시 관계를 돌볼 용기를 주세요.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겠습니다. 누구의 자녀는 부모와 친구처럼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모든 가정에는 저마다의 시간과 사정이 있습니다. 남의 집 모습이 아니라 제 앞에 있는 아이를 바라보게 하시고, 우리에게 필요한 속도로 서로를 알아 가게 해 주세요.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아이의 장점도 놓치지 않게 해 주세요. 친구를 챙기는 작은 배려, 어려운 일을 끝까지 해 보려는 마음,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알아보게 해 주세요. 아이에게 고쳐야 할 점만 이야기하기보다 이미 자라고 있는 좋은 마음을 따뜻하게 인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쩌다 아이가 속마음을 꺼내는 날에는 놀라거나 겁먹더라도 먼저 들어 주게 해 주세요. 듣기 어려운 이야기가 나와도 대화를 끊어 버리지 않게 하시고, 필요한 진실은 사랑을 담아 말하게 해 주세요. 모든 질문에 당장 대답할 수 없어도 함께 생각하고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습니다.
주님, 아이가 집 밖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을 제가 알 수는 없습니다. 친구를 만나고 선택을 하고 실패와 배움을 겪는 자리에 언제나 따라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겸손한 마음으로 아이를 주님께 맡깁니다. 선한 만남과 분별하는 마음을 허락해 주시고, 어려움 앞에서 도움을 요청할 용기를 주시기를 구합니다.
제 사랑에 불안이 너무 많이 섞이지 않게 해 주세요. 아이를 아끼는 마음과 아이를 제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는 마음을 구별하게 해 주세요. 저를 안심시키기 위한 대답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시간을 존중하고 싶습니다. 걱정이 앞설 때마다 사랑의 방향을 다시 바로잡아 주세요.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인사를 건네고, 이야기를 걸기 좋은 때를 살피고, 필요한 약속은 지키겠습니다. 대화가 짧게 끝나더라도 뒤에서 서운함을 키우지 않겠습니다. 아이가 다시 말을 걸어오면 지난번의 침묵을 탓하지 않고 그 순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해 주세요.
하나님,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제 계획대로 흘러가야 사랑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당장 달라지지 않는 모습 앞에서도 원망보다 인내를, 재촉보다 경청을, 단정 대신 이해를 선택하도록 조금씩 저를 이끌어 주세요.
오늘도 아이가 우리 가정에 있다는 사실을 감사합니다. 소리 내어 웃었던 순간과 아무 말 없이 함께 밥을 먹었던 시간, 서로 서툴게 다가가려 했던 작은 노력까지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오늘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해 주세요.
닫힌 문을 제가 힘으로 열려 하지 않겠습니다. 필요한 때 말을 걸되, 기다릴 때는 기도하며 기다리겠습니다. 제 마음의 조급함을 주님께 맡기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힘을 구합니다. 우리의 말이 조금 느리더라도 서로를 향한 존중과 신뢰가 깊어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마치는 기도: 기다림 속에서도 사랑하기
오늘도 아이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 부모의 사랑이 실패했다고 결론짓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내일은 조금 더 천천히 물어보고, 조금 더 오래 들어 주는 작은 선택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관계가 자라는 속도를 하나님께 맡기며 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
주님, 제가 먼저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필요한 말을 지혜롭게 전하고, 아이의 마음에 다가갈 기회를 사랑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