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지쳐 기도할 말이 나오지 않을 때: 주님, 제 마음을 받아 주세요 (로마서 8:26)
너무 지쳐 기도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연약함을 도우시는 성령을 의지하며 마음을 맡기는 기도문입니다. 로마서 8:26.

기도하려고 앉았는데 한숨만 나오는 날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 주님을 불러 보아도 그다음 말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드릴 이야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견디는 동안 그 이야기를 꺼낼 힘까지 다 써 버린 듯합니다.
집에 돌아와 가방도 내려놓지 못한 채 한동안 앉아 있거나, 식구들이 잠든 뒤 식탁 앞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기도만큼은 제대로 하고 싶어서 마음을 추슬러 보지만,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오히려 자신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로마서 8장 26절은 우리가 마땅히 무엇을 구해야 할지 모르는 연약함을 말씀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를 도우시는 성령을 바라보게 합니다. 오늘은 마음을 완벽하게 정리하려 애쓰지 않고, 말이 멈추는 자리에서도 주님께 머물고 싶습니다.
오늘의 말씀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가 마땅히 빌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로마서 8:26 · 개역한글
말이 나오지 않는 자리에서 드리는 기도
하나님 아버지, 오늘은 길게 말씀드릴 힘이 없습니다. 기도하려고 몇 번이나 마음을 모았지만, 입을 열면 그저 지쳤다는 말만 맴돕니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설명하려다가도 생각이 흐려집니다. 이 모습 그대로 주님 앞에 앉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대답을 했습니다. 괜찮으냐는 물음에도 괜찮다고 했고, 부탁받은 일도 어떻게든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제 혼자 남으니 더는 할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다 쓰고 남은 마음을 주님께 가져오는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멀어지지 않고 이곳으로 오고 싶었습니다.
제가 기도까지 잘하려고 애썼던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감사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고, 믿음 있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정작 제 속에 있는 어려움은 꺼내지 못했습니다. 힘들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불평으로 들릴까 봐 삼킨 적도 있습니다. 아버지 앞에서는 그렇게 저를 꾸미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지쳤는지 저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큰일 하나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작은 일들이 겹쳐 마음에 쉴 틈이 없었습니다. 지나간 말 한마디가 남아 있고, 내일 해야 할 일이 떠오르고, 미처 돌보지 못한 사람의 얼굴도 생각납니다. 그 모든 것을 순서대로 말씀드리지 못해도 주님께 가져갑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신다는 말씀을 붙듭니다. 제가 기도를 완성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해 주세요. 무엇을 구해야 할지 모르는 지금의 제 한계도 주님 앞에 숨기지 않겠습니다. 제 판단과 바람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을 맡깁니다.
당장 모든 일이 편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제게 필요한지, 어떤 선택이 옳은지 다 알지는 못합니다. 제 좁은 생각으로 답을 정해 놓고 주님을 재촉하지 않도록 붙들어 주세요. 말로 다 옮기지 못하는 이 마음 가운데 성령의 도우심을 의지합니다.
오늘 아무 느낌이 없더라도 기도를 실패했다고 여기지 않게 해 주세요.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마음이 굳었다고 단정하지 않고, 평안이 금방 찾아오지 않는다고 주님께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만으로 주님과의 관계를 재지 않도록 저를 지켜 주세요.
침묵 속에 감추어 둔 서운함도 있습니다. 애쓴 만큼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상했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가 가까운 사람에게 차갑게 대하기도 했습니다. 그 일을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밤 제 잘못을 끝없이 되짚으며 저를 몰아세우기보다, 잘못을 인정하고 때가 되었을 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세요.
걱정되는 사람들을 주님께 맡깁니다.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고 사정을 말씀드리고 싶지만 오늘은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제가 누구를 마음에 품고 있는지 아시는 아버지께 의지합니다. 제가 깨어서 계속 염려해야만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 필요한 돌봄은 성실히 하되, 제 힘이 닿지 않는 자리까지 움켜쥐지 않겠습니다.
쉬어야 할 때 쉬는 것을 허락해 주세요. 기도를 길게 마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잠드는 일까지 미루지 않게 해 주세요. 하루를 잘 견뎠다는 평가를 얻으려 하지 않고, 피곤한 몸을 돌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일 다시 살펴볼 일은 내일의 시간에 두고 오늘은 멈출 용기를 구합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사정을 멋지게 설명하지 못해도, 잠깐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은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늘 괜찮다는 대답만 하지 않게 해 주세요. 주님을 의지하면서 사람의 손길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주님, 이 기도가 짧아져도 제 마음은 주님을 향하고 싶습니다. 문장 하나를 끝내지 못하고 오래 멈추더라도, 그 시간을 조급하게 채우려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저를 제가 먼저 포기한 사람으로 판단하지 않게 해 주세요. 지금은 주님을 부르며 여기 머물겠습니다.
내일도 피로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아침이 되면 모든 것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장담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날에도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세요. 조금 나아진 날에는 감사하게 하시고, 여전히 버거운 날에는 제 걸음을 남과 비교하지 않게 해 주세요. 주님께 드릴 말을 찾지 못한다고 해서 주님께 오는 일까지 멈추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아버지, 오늘 끝맺지 못한 말들을 맡깁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두려움과 저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을 맡깁니다. 모든 것을 설명해야만 주님 앞에 설 수 있는 것은 아님을 기억하겠습니다. 오늘의 침묵에서 특별한 뜻을 억지로 찾기보다, 연약함 가운데 도우시는 성령을 의지하겠습니다.
힘 있는 고백을 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주님께 기댈 수 있어 감사합니다. 저를 혼자 애쓰도록 두지 않으시고 성령의 도우심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기도를 마치고 조용히 쉬려 합니다. 제 입술의 말이 멈춘 뒤에도 주님을 신뢰하는 마음을 지켜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기도를 마친 뒤
오늘은 “주님, 제 마음을 받아 주세요”라는 한마디만 드려도 괜찮겠습니다. 더 나은 문장이 떠오를 때까지 자리를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로마서의 말씀을 마음에 두고, 말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을 주님께 맡기며 쉬어 가세요.